서브비쥬얼
시작의 문을 열어주다
시작의 문을 열어주다
비섬의 시선으로 쓴 광고, 홈페이지 제작 이야기.
Book by beSOME.
개인의 취향이 곧 모두의 취향이 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이 현상의 배경에는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세대들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워라밸을 강조하고, 나의 행복을 우선시하다보니 이전보다는 확실히 본인이 좋아하고 즐기는 일에 관심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요. 그만큼 나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을 서슴치 않고, 취향에 맞춘 소비를 아끼지 않는 경향도 많아지다 보니 이 또한 꾸준히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본인의 취향을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우리는 '디깅 모멘텀'이라고 부릅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일만 하며 사는 것이 아닌, 본인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는데요. 이러한 '디깅러'들을 위한 마케팅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93년부터 인기 속에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인데요. 곧 누적 관객수 300만명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약 30년만의 재인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인기를 몰고 온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90년대 농구 붐을 일으키기도 했던 전설의 애니메이션으로, 오랜 시간을 뒤로하고 나타났음에도 드높은 위치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극장판 개봉을 통해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떠오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느낌을 받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시대가 변한 만큼,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을 위해 다른 마케팅을 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다시 가져온 인기를 색다르게, 제대로 누리기로 결심한 이들은 우선 역발상을 끄집어냈습니다.
새로운 마케팅을 선보인 자리는 바로 스포츠 브랜드 매장이었습니다. 온라인도 아닌 직접 발이 닿는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마케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영화 개봉 4개월 전, 홈페이지에서 보이는 포스터가 아닌 조금은 특별한 포스터를 제작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이 포스터가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 같나요? 이어진 나무 마루, 곳곳에 붙어있는 컬러 스티커. 정답은 농구코트입니다. 금방이라도 공이 튀기며 여러 선수들의 발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느낌인데요. 실내 경기장에서 신발 마찰음 소리를 내며 숨막히는 경기를 이어가는 모습을 바로 떠올릴 수 있게끔 바닥 소재를 활용해 만든 것입니다. 그것도 마침 연관성이 짙은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 설치가 되니, 인테리어 효과와 함께 단번에 이목을 끄는 마케팅이 됩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듯, 슬램덩크의 마케팅은 쉬지 않고 뻗어갑니다.
최근 세븐일레븐은 슬램덩크 레드와인을 단독 출시했습니다. 주황색 농구코트 위 농구공 7개를 연상시키는 원형 디자인을 배치했는데요. 농구 골대에 슬램덩크를 성공시키는 순간을 떠오르도록 디자인한 것이었습니다.
농구만화에 술이 무슨 조합인가 싶을 수 있지만, 슬램덩크가 90년대 만화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번에 이 만화를 아예 처음 접하면서 새로이 생겨나는 팬들도 생기겠지만, 어린 팬이 자라나 3040 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시기이니 성인 팬들을 위한 주류제품을 선보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편, 더현대는 팝업 스토어를 지점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팬을 위한 굿즈가 다양해지고 퀄리티도 높아진 만큼, 슬램덩크의 공식 상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인데요. 한정판 피규어, 유니폼 등 200여 종의 상품이 매일 전시되었고, 기다렸다는 듯 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부터 구매를 위한 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웨이팅 등록을 오전 8시부터 하기 때문에 그전부터 기다린다던가, 첫차를 타고 와도 늦을 정도라는 등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회사의 옆자리 직원만 해도 퇴근 시간에 갔을 때는 이미 거의 모든 상품이 품절 상태임과 동시에 다음 날 팝업 스토어 웨이팅을 벌써부터 하고 있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현장에 가보지 않아도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 지 어느정도 와닿는 순간이었습니다.
연예인처럼 실존 인물이 아니더라도, 일명 하나의 '세계관'이 만들어진다면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 세계관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콘텐츠가 끊임없이 나오니 가상인물이라도 실존인물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더욱 깊게 파고들게 되고 이런 취향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는 것인데요. 과거에는 그저 오타쿠, 덕후라고만 불렸을지도 모르는 현상이 이제는 대중적인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해드린 슬램덩크 사례는 콘셉트형 디깅으로 분류됩니다. "컨셉에 진심이구나"라는 말이 디깅러들에게는 분명한 칭찬이 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디깅러는 아이돌, TV프로그램 등 같은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는 관계형, 자신의 취향이 담긴 물건을 모으고 SNS에 업로드함으로써 자랑하는 수집형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뉘는데요. 취향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디깅 모멘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이왕 유행인 거 제대로 유행하도록 만드는 디깅 마케팅. 쉬운 듯 쉽지 않은 이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마케터 또한 소비자들의 취향과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파고들어야 합니다.
포기를 모르는 마케터가 되어야 하죠!
23년의 트렌드로 떠오르는 디깅 모멘텀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또다른 방법임과 동시에 새로운 유행의 흐름을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도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익숙한 제품에도 취향을 불어넣어 새로움을 만드는 과정.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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